강남구 삼성동에서 탄천을 건너면 웅장하게 펼쳐진 종합 체육시설이 보인다. 요새는 사람들이 스포츠 콤플렉스라는 표현을 쓰지만 "종합운동장" 왠지 정감 있다. 과거 대구시민야구장, 대전 공설운동장, 인천 공설운동장 등 촌스러운 이름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1970년대 강남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정부에서는 남서울 대운동장을 지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미 동대문에 있던 기존 서울운동장은 그 당시에도 노후되어 있었고, 효창운동장은 큰 경기를 치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서울시에 건설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이렇게 큰 규모의 경기장을 지으니 놀리기 아까워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 올림픽 유치에도 나섰다. 사실 반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81년 9월 서독 바 덴다 덴에서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쎄울"을 외칠 땐 이미 공사가 상당히 진행되어 준공을 앞둔 시설이었다.
최초의 계획은 공설운동장보다 한술 더뜨는 촌스러움을 자랑하는 "남서울대운동장"이었다. 배치도도 지금과 똑같다. (당연한 거겠지만) 왼쪽 아래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 종합운동장 야구장, 잠실 보조경기장,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 잠실 실내체육관, 잠실 실내수영장, 잠실 학생체육관으로 이루어져 있고, 건축가 김수근 씨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64년 도쿄올림픽 컴플렉스를 보면 배치나 모양이 상당히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요요기 경기장보다 우리 올림픽 주경기장이 훨씬 멋지지만 거의 20여 년의 시차가 있음을 생각하면 그들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지금도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은 서울 이랜드 축구단이 사용 중이고 야구장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사용 중이다. 잠실 실내체육관과 잠실 학생체육관은 삼성 썬더스와 SK 나이츠가 2001년부터 홈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물론 그전에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잠실 학생체육관은 팬들로 터져나갔음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사실 이 종합운동장이 의미있는건 경기장의 완공과 2호선 1,2단계 완성이 강남의 개발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잠실은 동쪽에서 강남으로 들어가는 관문과 같은 곳이었고, 당시만 해도 핵심부 바로 외곽에 경기장이 지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이야 도심 한가운데라고 생각하지만 당시만 해도 신도시 개발의 시작 같은 느낌이었고, 지금도 그 인근의 녹지와 시설은 웅장함을 느끼게 해 준다.
이제 서울올림픽을 개최한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이 종합운동장의 제1용도가 서울 올림픽은 아니었다지만 상징처럼 되어있는 상황에서 이제 잠실 마이스 사업을 통해 새롭게 변신하려 하고 있다. 옛 삼성동 한전 부지에 지어질 현대자동차 글로벌센터부터 GTX가 속속 모여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영동대로 개발과 탄천 개발, 잠실 종합운동장 자리까지 각종 컨벤션 센터와 숙박시설,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 지금보다 훨씬 진일보한 개발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계속 수정되고, 늦춰지고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계획안을 나타내는 사진이다. 혹자들은 "이미 고도화 되어있는 강남을 또 개발하냐"라고 아우성이고 또 한쪽에서는 "그럼 노후화된 시설을 그냥 두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떤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70년대 강남 개발에서 서울 종합운동장이 촉매제 역할을 했던 것처럼 마이스 사업도 이루어진다면 인근 지역이 또 한 번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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