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럴수있어 그러라그래"입니다.
2000년대 초반, 용산역이 거대한 민자역사(현 아이파크몰)로 탈바꿈하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용산의 스카이라인은 지금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한강로변을 통틀어 고층 빌딩이라고는 국제빌딩(현 LS용산타워)이 외롭게 서 있는 게 전부였고, 그 옆으로는 나지막한 옛 태평양(아모레퍼시픽) 본사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용산우체국이 전부였습니다.
철길을 넘어 전자상가 쪽으로 가면 풍경은 더 서민적이고 역동적이었습니다. 일본의 '빅카메라'나 '요도바시 카메라' 같은 초대형 한국판 전자 메카를 꿈꾸며 지어졌던 용산관광버스터미널, 그리고 그 뒤편을 든든하게 지키던 대원여객 차고지(종점)와 나진·선인상가의 붉은 벽돌들이 용산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라던 '용산정비창(국제업무지구)'은 아직 본격적으로 건물이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지금 용산에는 왜 이렇게 높은 마천루들이 가득 들어찬 걸까요? 철길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용산의 은밀한 마천루 연대기를 풀어봅니다.
1. 동쪽(한강로 축): 집창촌과 노후 빌딩에서 '대한민국 하이엔드 오피스'로
과거 국제빌딩 하나만 덩그러니 있던 신용산역과 한강로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용적률의 마법'이 일어난 곳입니다.
용산역 전면 재개발의 신호탄:
용산역 광장 앞을 가로막고 있던 노후 상가와 과거의 어두운 유산(집창촌 일대)이 통째로 묶여 '용산역 전면구역'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지금의 용산 푸르지오 써밋, 래미안 용산 더센트럴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 마천루들이 들어서며 스카이라인의 벽을 세웠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려한 귀환:
낮고 평범했던 옛 태평양 본사는 거대한 달항아리를 닮은 예술적인 마천루로 재탄생했습니다. 이 건물이 들어서면서 한강로 라인은 단순한 '전자상가 옆 동네'가 아닌 대기업들이 탐내는 핵심 오피스 권역으로 신분이 상승했습니다.
2. 서쪽(전자상가 축): '빅카메라'의 꿈이 멈춘 자리, 용의 모양으로 솟아오르다
용산역 철길 뒤편, 옛 대원여객 차고지와 관광버스터미널이 있던 자리는 용산 전자상가의 쇠퇴와 궤를 같이하며 완전히 새로운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터미널 상가의 몰락과 드래곤시티의 탄생: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용산 테크노마트'를 꿈꾸던 터미널 상가의 활력이 죽어가자 디벨로퍼들은 이 넓은 부지의 입지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 옛 터미널 건물과 대원여객 차고지 부지를 싹 밀어버리고 들어선 것이 바로 현재의 '서울드래곤시티' 호텔 플렉스입니다.
철길 뒤편의 첫 번째 마천루:
2000년대 초반 기준으로 보면 '이 좁은 전자상가 길목에 이런 거대한 건물이?' 싶을 정도의 파격적인 변화였습니다. 용산 정비창 개발이 소송으로 멈춰 서서 흉물로 방치되던 시절, 이 서쪽 축을 홀로 지키며 미래 용산의 중심축이 어디가 될지 미리 점 찍어둔 건물이 바로 이 드래곤시티입니다.
3. 정비창(국제업무지구)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소름 돋는 사실
지금 우리가 보는 용산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은 용산 전체 마스터플랜의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진짜 본편인 옛 용산정비창 부지(용산국제업무지구)는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서의 마천루 벽이 정비창을 감싸는 구조:
과거 국제빌딩(동쪽)과 터미널상가(서쪽)라는 점으로 존재했던 고층 건물들이 지금은 각각 거대한 마천루 '벽'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벽 사이에 끼어 있는 거대한 황무지(정비창 부지)에 향후 100층 안팎의 초고층 랜드마크를 필두로 한 마천루 숲이 들어서게 됩니다. 결국 지금의 고층 건물들은 미래에 지어질 '용산 메타밸리'의 거대한 배경화면 역할을 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매듭지으며: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용산이 주는 인사이트
2000년대 초반 대원여객 버스를 타고 용산 터미널 상가에 내려 조립 PC 부품을 고르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지금의 용산은 낯설면서도 경이롭습니다.
국제빌딩 혼자 외롭게 라인을 지키던 시절부터 터미널 상가가 허물어지고 드래곤시티가 들어서기까지...
용산의 마천루들은 "입지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는 시대의 흐름(전자상가의 쇠퇴)이나 일시적인 개발 중단(정비창 사태)으로도 결코 가릴 수 없다"는 부동산 시장의 진리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비창 부지 위에 진짜 '본편' 마천루들이 들어섰을 때, 이 동서의 축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서울의 중심축을 바꿀지, 과거의 추억을 이정표 삼아 계속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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