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럴수있어 그러라그래"입니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서울의 심장부 역할을 해온 종각역 사거리, 그곳에 우뚝 솟은 독특한 외관의 종로타워를 아시나요?132m의 24층 높이로 높은 건물은 아니지만
눈에는 가장 잘띄는 건물입니다.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이 건물 자리는 사실 조선시대부터 대한민국 현대사까지 돈과 사람,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던 서울 최고의 명당이었습니다.
오늘은 종로타워가 세워지기 전
그 자리를 지켰던 옛 ‘화신백화점’의 화려한 전성기부터 씁쓸한 퇴장, 그리고 지금의 빌딩이 들어서기까지 숨겨진 12년간의 잔혹사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조선부터 일제강점기까지 : "돈과 사람이 몰리는 완벽한 명당"
종로타워가 있는 자리는 예로부터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권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상업의 중심:
국가 공식 지정 상점가인 ‘육의전’과 ‘시전’이 종로 길을 따라 늘어서 있었는데, 그 중심이 바로 이 자리였습니다.
고관대작들의 말을 피해 평민들이 다니던 골목인 '피맛골'의 시작점이기도 해 늘 활기가 넘쳤습니다.

민족의 자존심, 화신백화점(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남촌(지금의 명동)을 중심으로 대형 백화점을 세우며 상권을 장악해 나가자
이에 맞서 조선인 상권을 지켜낸 상징적인 건물이 세워집니다. 바로 박흥식 창업주가 세운 ‘화신백화점’입니다.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근대식 백화점이었던 이곳은 서울 최초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당시 "서울 구경 간다"는 말은 곧 "화신백화점 구경 간다"는 뜻과 통할 정도로 서울의 독보적인 랜드마크였습니다.
2. 화려한 불빛 뒤편, 쓸쓸했던 화신의 말년 (1980~1987)
흔히 화신백화점이 1987년 철거되기 직전까지 화려한 백화점이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1980년에 이미 백화점으로서의 수명은 끝난 상태였습니다. 여기에는 시대의 변화와 창업주의 몰락이 얽혀 있습니다.
화신그룹의 부도:
1970년대 후반 무리하게 추진한 신사업 실패로 인해 1980년 화신그룹은 최종 부도를 맞이하며 공중분해 됩니다.
'구식'이 되어버린 백화점:
부도가 나지 않았더라도 운명은 비슷했을지 모릅니다.
70~80년대 들어 명동의 신세계, 소공동의 롯데백화점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춘 대기업 백화점들이 등장하면서
1930년대에 지어진 화신백화점은 서서히 낙후된 과거의 유물 취급을 받게 됩니다.
철거 직전 7년의 모습:
주인을 잃은 화신백화점 내부는 칸막이를 쳐놓고 옷이나 잡화를 파는 재래시장 형태의 상점가(아케이드)로 전락했습니다.
당시 종로를 지나던 시민들에게는 외벽에 때가 꼬질꼬질 묻은 어두침침한 노후 건물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역사적 건물이니 보존하자"는 의견과 "교통에 방해되니 허물자"는 논쟁 끝에, 1987년 화신백화점은 전격 철거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3. 종로타워가 올라서기까지, 12년의 '건축 잔혹사' (1987~1999)
화신백화점이 철거된 것은 1987년인데, 지금의 종로타워가 완공된 것은 1999년입니다.
무려 12년이라는 공백이 존재하죠.
이 기간에 이 명당자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온몸으로 맞으며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1단계: 한보그룹의 매각 (1987~1989)
원래 이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지으려던 곳은
삼성이 아니라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유명한 '한보그룹'이었습니다. 한보는 옛 화신백화점의 전면부 디자인을 살린 대형 신축 백화점을 지으려 했으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착공도 못 해보고 부지를 매각하게 됩니다.
2단계: 삼성이 인수한 뒤 터진 '설계 백지화'와 'IMF' (1989~1997)
1989년, 이 땅을 새로 인수한 삼성이 본격적으로 건물을 올리려 하자 이번엔 정부의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청와대와 경복궁 주변이라는 위치 특성상 고도제한과 공군 작전 등을 이유로 설계변경 요구를 받은 것입니다.
결국 기존 설계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세계적인 건축가를 초빙해 디자인을 새로 짜느라 세월이 흘렀고
겨우 뼈대를 다 올려가던 1997년에 이번엔 IMF 외환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3단계: 백화점에서 오피스로, 국세청 셋방살이 (1997~1999)
IMF로 유통 경기가 완전히 죽어버리자 삼성은 원래 계획했던 대형 쇼핑몰(삼성플라자) 계획을 눈물을 머금고 취소합니다. 다 지어가는 건물의 용도를 일반 '오피스 빌딩'으로 급하게 변경하면서 완공은 1999년까지 밀리게 됩니다.
공실을 걱정하던 삼성은 당시 청사가 필요했던 국세청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건물을 임대했고, 이 때문에 한동안 종로타워는 '국세청 빌딩'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종로타워의 소소한 비밀
종로타워 내부를 걸어보면 오피스 빌딩인데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 위치나 동선이 어딘가 모르게 쇼핑몰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뼈대를 백화점용으로 지어놓고 나중에 용도를 바꾼 흔적입니다. 또한, 건물 중간이 뻥 뚫린 독특한 구조는 국경일이나 보신각 타종 행사 시 종소리가 도심 속으로 잘 퍼져나가도록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글을 마치며
조선시대의 시전 거리에서 일제강점기 민족의 자존심이었던 화신백화점으로, 그리고 IMF라는 나라의 위기를 견뎌내고 우뚝 선 종로타워까지.
서울의 풍경은 늘 빠르게 변하지만, 이 자리가 품고 있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옛 화신백화점의 활기와 격동의 현대사를 상상하며 종로타워 주변을 한번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서울의 마천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용산 부동산 서사] 정비창은 시작도 안 했다? 민자역사 시절로 돌아보는 용산 마천루의 대반전 (0) | 2026.07.05 |
|---|---|
| [서울의 마천루] 스타타워에서 GFC까지, 역삼역 랜드마크의 파란만장한 역사 (0) | 2026.06.15 |
| [여의도 TP타워] 사학연금회관의 화려한 변신! (0) | 2026.05.03 |
| [서울 마천루] 대한민국 높이의 자존심, 삼일빌딩 이야기 (0) | 2026.04.23 |
| [서울의 마천루] 소공동 한진빌딩, 1960년대 서울의 하늘을 처음 가른 23층의 야망 (0) | 2026.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