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럴수있어 그러라그래"입니다.
반포·잠원 연대기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에피소드에서는 한신공영이 상습 침수 구역이었던 뽕나무밭을 싹쓸이해 거대한 '한신 제국'을 건설한 이야기를 다루었는데요.

1차부터 28차까지 쪼개진 이 거대한 타운의 중심에는 주민들이 슬리퍼를 끌고 모여들던 영혼의 단짝, 뉴코아 쇼핑센터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하이엔드 아파트 숲이 된 이 땅은, 사실 90년대 말 국가적 위기였던 IMF 외환위기의 가장 고통스럽고도 드라마틱한 현장이었습니다.
한신 제국의 영광과 유통 왕국의 몰락, 그리고 그 폭풍 속에서 눈물로 지어졌던 아파트들의 숨겨진 출생의 비밀을 지금 공개합니다.
1. 한신 제국의 영혼, '뉴코아 쇼핑센터'의 영광과 쓰러짐
70~80년대 잠원동 한신 타운 주민들에게 뉴코아 쇼핑센터(현 뉴코아아울렛 강남점)는 단순한 상가가 아니었습니다.
1981년, 한신공영 김의철 회장의 지휘 아래 1차 쇼핑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 이곳은 강남권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 대형 상권이었습니다.
한신 아파트 주민들은 굳이 강북이나 압구정으로 나갈 필요 없이 쇼핑과 외식, 문화생활까지 단지 앞 뉴코아에서 해결했습니다.
이것은 당시 '단지형 아파트' 라이프스타일의 완성이었습니다. 뉴코아의 성공에 힘입어 한신공영 가문에서 독립한 뉴코아그룹은 유통업과 건설업 모두 승승장구하며 대기업 반열에 오릅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뉴코아는 무리한 전국 지점 확장과 차입 경영으로 거대한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결국 1997년 IMF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부도를 맞습니다.
한신 제국의 탄생과 함께했던 영광의 심장은 그렇게 차갑게 식어갔고, 이는 반포·잠원 상권 지도에 거대한 균열을 일으킵니다.
2. 잠원동아: IMF 부도 속에서 눈물로 지은 '슬픈 1천 세대'
뉴코아가 몰락하던 90년대 중반, 잠원동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나대지를 확보해 야심 차게 아파트를 짓던 또 다른 대형 건설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원자력발전소와 대형 토목공사로 이름을 날리던 동아건설이었습니다. 그들이 짓던 아파트가 바로 오늘날의 '잠원동아아파트(당시 991세대)'입니다.
입지는 완벽했습니다. 7호선 반포역과 뉴코아 바로 뒤편, 그야말로 한신 제국 한복판에 홀로 솟아오른 독자적인 민영 대단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아건설 역시 IMF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1997년 말, 회사가 부도 처리됩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아파트 현장은 순식간에 멈춰 섰습니다. 당시 입주 예정자들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분양 대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고, 현장은 눈물과 절망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대한주택보증 등의 보증 조치를 거쳐 1999년에 가까스로 가승인을 받아 주민들이 입주를 시작할 수 있었으나, 최종 준공 승인은 2002년에야 떨어졌습니다.
90년대 말 강남의 가장 알짜배기 땅에 지어진 이 대단지는, IMF라는 가장 잔혹한 시대의 증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3. 반포푸르지오: "우린 원래 대우 사택이었어!" 출생의 비밀
잠원동아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신반포역 초역세권, 지금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초고가 하이엔드 아파트들 사이에 절묘하게 끼어 있는 '반포푸르지오 (237세대)'에도 재미있는 출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곳을 한신 쪼개기 분양의 한 조각이거나, 소규모 재건축 단지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과거 대우그룹(대우건설)의 임직원 사택 부지였습니다.
70~80년대 정부는 강남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대기업에 사택 부지를 공급하기도 했는데, 대우는 신반포역 바로 앞 금싸라기 땅을 확보해 자사 임직원용 주거지로 요긴하게 썼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초, IMF 여파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격동의 과정에서 이 알짜 땅을 대우건설이 인수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사의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를 적용해 3개 동짜리 아파트를 지어 일반 분양한 것입니다. 대기업 사택 부지가 시대의 변화를 맞아 알짜 역세권 아파트로 탈바꿈한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3편을 마무리하며
90년대 말 반포와 잠원은 화려한 강남 개발의 이면
IMF 외환위기라는 가장 가혹했던 시련을 온몸으로 견뎌낸 현장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안식처였던 뉴코아의 몰락, 부도 위기 속에서 눈물로 지어진 잠원동아, 그리고 대우그룹 해체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반포푸르지오까지 이 단지들은 모두 IMF라는 잔혹사가 남긴 유산이거나 그 출생의 비밀에 시대의 격동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련은 반포의 진화를 멈추게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2000년대에 들어서며 구반포의 저층 주공아파트와 신반포의 파편화된 한신 단지들이 하나둘씩 '재건축'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얻어 용틀임하기 시작합니다.
다음 [Ep 4. 재건축 제1막: 래미안 퍼스티지 vs 반포 자이 대전] 편에서는 2000년대 후반, 이 시련을 딛고 대한민국 재건축 역사를 새로 쓰며 반포를 대한민국 최고 부촌으로 진화시킨 두 거대 단지의 숨막히는 라이벌전을 다루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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