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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개발사 1편] 밤섬을 폭파하다 – 불도저 시장과 110일간의 기적

by 돌풍돌핀스 2026.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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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럴수있어 그러라그래"입니다.

지금은 IFC몰과 파크원, 그리고 수많은 증권사 마천루가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


매일 수십만 명의 직장인이 오가고 평당 가격을 논하기조차 벅찬 이 거대한 섬이, 불과 60년 전만 해도 비만 오면 잠기던 쓸모없는 모래섬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여의도 개발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지금의 여의도를 있게 한 가장 극적이고도 충격적인 사건, 바로 ‘밤섬 폭파’와 ‘윤중제 공사’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1. "너나 가져라"던 쓸모없는 모래섬, 여의도

조선시대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여의도의 별명은 '양말산'이었습니다. 할 일 없는 양들이나 말들이 돌아다니며 풀을 뜯던 산이라는 뜻이었죠.

그만큼 여의도는 쓸모없는 땅이었습니다.
한강 변의 거대한 모래 벌판이었기에, 여름철 홍수만 나면 섬 전체가 물에 잠겨 윗부분만 겨우 머리를 내밀곤 했습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홍수가 나 물에 잠긴 섬을 보고 "너나 가져라"라며 혀를 찼고, 이 말이 한자로 변해 지금의 '여의도(汝矣島)'가 되었다는 웃지 못할 민간 어원까지 전해질 정도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비행장이 들어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홍수 앞에서는 무력한 거대한 모래 더미에 불과했습니다.

2. '불도저 시장' 김현옥, 도화지를 펼치다

여의도 개발조감도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1960년대 후반, 서울은 폭발적인 인구 유입으로 극심한 택지 부족 겪고 있었습니다.
이때 등판한 인물이 바로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이었습니다. 이분은 임명직 서울시장중에 가장많이 언급되는 분일겁니다.그만큼 많은 일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죠.
군인 출신 특유의 추진력으로 서울의 지도를 바꾸던 그는 영등포 앞마당에 방치된 거대한 모래섬 여의도에 주목합니다.

"이 쓸모없는 모래섬을 제대로 돋우고 둑을 쌓으면, 서울의 중심이 될 거대한 신도시를 만들 수 있겠다!"

계획은 장대했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섬이 홍수에 잠기지 않도록 둘레에 거대한 방파제 둑을 쌓아야 하는데, 그 둑을 채울 ‘돌과 흙’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돌을 파다 나르기엔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이때 불도저 시장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결단을 내립니다.

"돌이 없다고? 그럼 바로 옆에 있는 밤섬을 깎아서 쓰자!"

3. 1968년 2월 10일, 밤섬이 사라지던 날

밤섬폭파공사 기공식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당시 여의도 바로 옆에 있던 밤섬은 밤알을 닮은 아름다운 섬으로, 배를 만드는 조선 장인 등 60여 가구(약 440여 명)의 주민들이 대대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유서 깊은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의도 개발이라는 국가적 대업 앞에 밤섬 주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마포구 창전동(와우산 기슭)으로 집단 이주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1968년 2월 10일 오후, 굉음과 함께 밤섬이 통째로 폭파되었습니다.
강물의 흐름을 넓혀 여의도의 수해를 막고, 동시에 폭파로 얻은 수만 톤의 암석을 그대로 옆으로 가져와 여의도 테두리에 둑을 쌓는 자재로 쓴 것입니다.

하나의 섬을 없애 다른 하나의 섬을 살리는, 그야말로 단기 속전속결 개발 시대가 낳은 엄청난 풍경이었습니다.

4. 단 110일 만에 이뤄낸 기적, 윤중제(輪中堤) 완공

밤섬을 폭파해 얻은 돌과 흙으로 여의도 둘레 7.6km를 둘러싸는 거대한 둑인 '윤중제(輪中堤)' 공사가 빛의 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윤중제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놀랍게도 착공한 지 겨우 110일 만인 1968년 6월 1일, 여의도 제방 공사가 끝이 납니다. 요즘 같으면 환경 영향 평가와 주민 보상 협의에만 몇 년이 걸렸을 일인데, 단 3개월 보름 만에 한강 한복판에 홍수에도 끄떡없는 290만 ㎡(약 87만 평) 규모의 거대한 도화지가 새로 생겨난 것입니다.

이 공사로 인해 여의도는 마침내 '물에 잠기는 모래섬'이라는 오명을 벗고,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계획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5. 에필로그: 사라졌던 밤섬의 반전, 그리고 다음 이야기

여의도를 위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밤섬은 반전의 역사를 씁니다. 폭파 이후 남은 암반 위로 한강의 퇴적물이 수십 년간 쌓이면서, 자연의 힘으로 섬이 서서히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지금은 도심 속 철새 도래지가 되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될 만큼 생태계의 보물이 되었으니, 참으로 자연의 생명력은 신비롭기만 합니다.

자, 이렇게 밤섬을 깎아 만든 단단한 땅 여의도 위에 정부는 이제 무엇을 채워 넣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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