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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천루

서울의 마천루 (한진빌딩)

by 돌풍돌핀스 2021.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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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전후 서울에서 딱히 고층이라 할 건물은 전무했다. 오죽하면 신라시대에 지어진 황룡사 9층 목탑이 1300여년간 최고층 건물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겠는가?

그러다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은 1969년 9월 소공동(2호선시청역 9, 10번출구 위치)에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23층(82m)짜리 건물을 짓는다. 당시 그 건물은 굉장히 파격적이었는데 엘리베이트 6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헬리곱터가 이착률 할 수 있는 헬리포트도 있었다. 게다가 에어컨도 모든 층에 설치되어 있던 당시로서는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였다.  준공식에는 교통장관과 서울시장이 참석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KAL빌딩
준공당시 KAL 빌딩
KAL빌딩_신문
당시기사 (출처 : 매일경제)

한진빌딩은 지하 2층에 지상 23층 규모로 최초에는 20층과 21층을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사용하고 나머지층에는 임대를 줬다고 한다. 또한 당시 그 부지는 이병철 삼성그룹회장과 조홍제 효성그룹회장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던 땅이었던걸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한진그룹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1945년 조중훈 회장은 고향인 인천에서 일제의 기업정비령에 따라 받은 돈으로 트럭한대를 구입 무역업과 수송업을 하는 한진상사를 설립했다. 물론 그 이전에 자동차 엔진을 수리하던 이연공업사를 차려 제법 돈을 모았지만 조선총독부의 기업정비령에 따라 돈 몇푼에 군수업체에게 빼앗기면서 다시 시작한것이 한진상사이다. 한진의 본격적인 성장은 1956년 7만달러짜리 미군부대 화물운송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였는데 특히 가장 큰 기여를 했던건 베트남전쟁이었다. 베트남에서 5년여간 미군 군수품 수송을 맡아 1억 달러가 넘는돈을 벌어 들였다. 이후 한진해운, 한국공항, 한일개발(現 한진중공업)을 세우고 1968년에는 이승만 정권의 오른팔 이기붕이 이사장으로 있다가 매물로 나와 오랜기간 주인이 없던 인하공대까지 인수하며 승승장구 했다. 

이 5.16 군사쿠테타 이후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한진빌딩뿐아니라 많은 고층건물들이 서울에 세워졌다. 이후 포스팅에서도 정부종합청사와 삼일빌딩, 롯데호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지만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고층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랜드마크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추억으로도 자리잡아 있다. 

나 또한 우리 아버지가 한일개발에 근무하시던 시절 이 빌딩에 참 많이 갔다. 1980년대 인천에서 삼화고속을 타고 서울역에 내려 아빠를 기다리며(그 당시에는 정석빌딩이라고도 불렀던 기억이 있다) 같이 남대문 새로나 백화점에 가서 저녁도 먹고, 콩나물 시루같던 1호선을 타고 돌아오기도 하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하긴 50년이 넘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각자의 기억으로 남아있겠는가, 생각나는 외형의 변화만도 여러번이었던 한진빌딩에 아버지랑 한번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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