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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 이야기] 그 많던 서울의 고가도로는 다 어디로 갔을까? (feat. 노들고가의 역설)

by 돌풍돌핀스 202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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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럴수있어 그러라그래"입니다.

운전을 하거나 버스를 타고 서울 도심을 지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고가도로가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왜 다 없어졌을까?"


1960~70년대 압축 성장기 서울의 상징이었던 고가도로.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이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왜 수십 년 만에 ‘철거 대상 1호’로 전락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고가도로의 실질적 이득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공간은 늘지 않는데, 고가도로를 왜 지었을까?

고가도로는 지상 도로 위공중에 교량을 얹는 방식이라, 도시 전체의 공간(부지 면적)을 넓혀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개발 시대에 고가를 폭발적으로 건설했던 진짜 이유는 ‘공간’이 아닌 ‘시간과 흐름’의 효율 때문이었습니다.

신호 없는 '입체 교차':
평면 교차로의 신호 대기를 없애 차량이 멈추지 않고 지나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압도적인 토지 보상비 절감:
주변 건물을 허물고 도로를 옆으로 넓히려면 천문학적인 토지 보상비가 들지만, 기존 도로 위에 교각만 세우면 보상비 ‘0원’으로 도로 용량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장거리 통과 교통의 분리:
도심을 그냥 지나치는 차들을 상부로 올리고, 골목 진입 차량을 밑으로 내려 교통을 분리했습니다.

즉, 고가도로는 ‘도로 면적을 늘린 것’이 아니라 ‘차량이 멈추지 않는 시간’을 사기 위해 만든 시한부 대책이었습니다.

2. "고가 위만 뚫리면 뭐 해?" – 병목의 이동과 유발 수요

청계고가,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하지만 자동차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고가도로의 치명적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병목 현상의 이동 (Bottleneck Shift):
고가 위에서는 70~80km/h로 시원하게 달리지만, 고가가 끝나는 지점이나 다음 평면 교차로 신호에서 결국 다 함께 멈춰 섭니다. 고가도로 하나가 정체를 없애주는 게 아니라, 다음 길목으로 정체를 밀어낼 뿐이었던 것이죠.

유발 수요 (Induced Demand):
"길이 뚫렸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차를 끌고 나오면서, 고가도로 위 자체가 대형 주차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지상 도로의 마비:
고가 기둥(교각)이 지상 차선을 잡아먹고, 고가로 오르고 내리는 램프 주변에서 차선 변경이 얽히며 고가 밑 도로가 매일 마비되었습니다.

3. 대표적인 사례: 사라진 '노량진고가'와 남아있는 '노들고가'

이 문제점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한강대교 남단 일대입니다.

❌ 이미 철거된 '노량진고가' (2011년 철거)
한강대교 남단에서 상도터널 방면 등으로 넘어가던 짧은 왕복 2차로 고가였습니다. 고가 위로 몇 대 지나가지도 않는데, 거대한 기둥과 램프가 지상 도로 한가운데를 막아 노량진역과 수산시장 일대 지상 교통을 매일 마비시켰습니다.

결국 "30초 빨리 가봤자 신호 걸리면 똑같다"는 비판 속에 2011년 철거되었고, 기둥을 없앤 자리에 평면 차로를 4개로 늘리자 오히려 교통 흐름이 훨씬 원활해졌습니다.

🚧 흑석동을 넘어가는 '노들고가' (노들남/북고가)
현재 노들역 주변에서 흑석동(현충로)과 여의도/노량진(노들로)을 이어주는 고가차도입니다.
이곳 역시 고가 본선만 뚫려있을 뿐, 진출입부와 한강대교 진입로의 병목 때문에 매일 정체가 반복됩니다.

노후화와 도시 경관 훼손 문제로 서울시의 철거 대상 목록에 올라 있지만, 대체 도로 확보 및 교통량 분산 문제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구시대의 유산’입니다.

4. 자동차의 도시에서 '사람'의 도시로

서울시는 "차량이 범람하는 상황에서는 고가를 더 지어도 교통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00년대 이후 청계고가, 아현고가, 약수고가 등이 순차적으로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중앙버스전용차로, 넓어진 보행로, 그리고 생태 공원이 들어섰습니다. 차를 위한 입체 도로를 없애고 대중교통과 보행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입니다.

마치며

한때 대한민국 근대화와 속도전의 상징이었던 고가도로.
오늘도 흑석동 넘어가는 노들고가 위에서 꽉 막힌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도로 정체가 아니라 "차량 중심으로 도시를 설계했던 개발 시대의 한계"를 목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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